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갑작스런 사고로 아내를 잃은 아버지는 미쳐버렸다. 각인한 오메가를 잃은 알파는 이성을 잃은 채 폭주했다. 아버지의 방해로 어머니의 장례로 제때 치르지 못하고 백골이 된 시신으로 한참 뒤에야 장례를 치루었다. 어머니의 장례가 끝나고 살아있는 시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어느 알파가 덩그러니 남아 유령처럼 저택을 맴돌았다. 그 사이 공...
설리반과 헤어지고 에른은 천천히 집을 향해 걸어갔다. 조금 홀가분해 보이는 설리반의 모습에 안도감과 함께 미안함이 동시에 들었다. 싱숭생숭한 기분에 사로잡힌 채 걷다보니 어느새 집앞이었다. 한적한 도로변 한켠에 익숙한 차와 금발머리의 남자가 눈에 띄었다. 드웨인이 에른을 발견하자 마자 곧장 달려왔다. "에른씨." "작가님, 언제 오셨어요?" "얼마 안됐습니...
요란했던 재회를 뒤로하고 에른은 종종 드웨인을 제 집으로 초대했다. 페로몬이 여즉 나오는 에른에게 바깥은 역시 부담되었다. 부차적 이유가 더 컸지만 그래도 기뻐 어쩔 줄 몰라하던 드웨인에 에른은 그렇게 좋을까라고 생각했다. 서투른 것뿐만 아니라 소심해지기까지 해버린 드웨인이 많이 우습긴 했지만 싫지는 않았다. 그가 요령없이 구는건 언제나 에른의 앞에서만 해...
#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 곧 맏이할 새로운 한 해를 맞이 하기 전에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전해드릴텐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클락?] [그레이슨, 놀라지 마세요. 최고의 인기 보이그룹 JER 보컬인 레이븐의 결혼 소식이에요.] [와우, 정말 놀랄만한 일인데요! 자세한 소식은 광고 뒤에 보내드릴게요.] "또 광고야?" 투덜거리며 에른은 리모컨을 들...
쩔쩔매는 드웨인이 에른은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심각해 보이는 그를 보며 에른은 훌쩍거리면서도 입꼬리는 점점 올라갔다. 에른은 제가 생각해도 분명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을게 뻔했지만 그런 것까진 신경 쓸 새가 없었다. "에른씨... 어디 불편하십니까?" 드웨인의 물음에 에른은 고개를 저었다. 목전까지 쳐올랐던 원망을 삭히고선 에른은 숨을 골랐다. 에른은 천...
영화관을 빠져나오니 어느덧 해가 기울며 세상이 붉게 물들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노을색을 감상할 겨를도 없이 에른은 복잡하게 얽히는 감정들을 잠재우기 급급했다. 걷잡을 수 없는 감정들이 결국 홍수처럼 쏟아져내렸다. 이래서 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가 만든 영화가 어떤 것인지 너무나도 잘 알아서 보지 않으려 했는데, 결국 다 부질없어졌다. 인도위에는 각자 갈 ...
크리스티안을 만난 뒤부터 에른은 쓸데없는 상념에 사로잡히는 일이 잦았다.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생각들이 둥둥 떠다녔다. 편집을 하다 말고 에른은 컴퓨터 앞에서 일어났다. 집에서 일하는 건 편하긴 했지만 갑갑한 감이 있었다. 냉장고를 열었다가 닫기를 몇 번 쯤 반복하다 결심한 듯 에른은 의자에 걸어둔 가디건을 걸치고 집을 나섰다. 이제는서늘해진 공기가 폐부에...
"역시 아직 미련이 남았나보네." "... 그런거 아닙니다. 단지 사람이 다칠 수도 있다는데 걱정하는건 당연하잖아요." "예, 예, 그렇습니까?" 얄밉게 입술을 삐죽이며 대답하는 크리스티안에 에른은 얼굴까지 붉히며 아니라고 씩씩댔다. "아, 알았어. 그래, 아니다. 됐어?" "그래서요? 그 잘난 윗분들이 두 분을 어쩌시겠단 겁니까?" 에른의 물음에 크리스티...
에른은 장바구니를 안고 벽보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남녀가 서로를 등진 채로 서있었다. 두 사람의 아련한 시선이 그대로 느껴질만큼 절절했다. [사랑, 그 한마디] 가운데에 멋드러지게 적힌 제목아래로 보고싶지않지만 또 보고싶은 글자가 써있었다. [5년연속 올해의 작가상의 수상자 드웨인 오스왈드의 최신작. 절찬 상영중] 한참이나 그 글귀를 바라보다 돌아섰다. ...
에른은 최대한 덤덤하게 굴며 말을 이었다. 순전히 제 생각이었지만 그래야만 설리반이 미련을 가지지 않을 것 같았다. "... 몰랐던... 사이말입니까?" 설리반은 차라리 에른이 원망을 했으면 했다. 빌고 빌며 그의 발끝에라도 닿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에른은 화를 내는게 아니라 침묵을 택했다. 절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에른은 시선을 돌려 설리반과 눈을 마주...
이른 아침이었다. 설리반은 초조한 표정으로 시계를 확인했다. [08:40AM] 평일 출근시간답게 분주하게 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설리반은 운전석에 앉아 어느 낡은 빌라의 입구를 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답지않게 안절부절하지 못하던 설리반은은 빌라입구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기다란 인영에 곧장 차문을 박차고 나왔다. 며칠만에 본 에른의...
"박사님, 꿈은 무의식의 발현이라고 하셨죠?" "그랬죠. 또 꿈을 꾸시나요?" 허드슨박사의 물음에 에른은 고개를 저었다. 꿈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들이었지. 차라리 꿈이라고 착각했던 때가 그리웠다. "수면제가 효과가 없었나요?" "약이 문제가 아니라 제가 문제였나봐요. 이제껏 끈질기게 따라붙던 꿈들이며 환상들이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란걸 깨달았어요." 영...
이것저것 소소하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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