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남편이 되는 법

고르게 숨을 쉬며 깊이 잠든 단후를 두고 조심스레 침실을 나섰다. 침실을 나서니 어린 아들이 걱정스런 표정을 하며 진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진은 몸을 숙여 윤과 눈을 마주쳤다. "아저씨 어디 아파요?" "아니, 피곤해서 그래. 걱정되니?"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윤에 진은 옅게 웃으며 잔머리를 정리해 귀 뒤로 넘겨주었다. 눈속에 비치는 검은색의 불꽃이 선...

소파에 반쯤 누운 채 멍하니 앉아있으니 곧 타타닥-하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윤이 거실로 뛰어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단후는 몸을 일으켜 잘갔다왔냐며 대답해주었다. 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단후가 앉아있는 소파로 다가왔다. "아저씨, 왜이렇게 기운이 없어요? 오늘 일 많이 했어요?" "피곤해 보여?" "네, 조금요." 단후는 윤의 머리를 헝클이며 피식 웃었...

성인 남자를 안아들고 사뿐히 1층으로 착지한 진은 얌전히 단후를 내려주었다. 무슨 여자가 힘이 이렇게 세냐고 한 마디 덧붙이고 싶었지만 그럴 새가 없었다. 벽에 쳐박혔던 지네는 어느새 몸을 빼어내 그 거대한 눈동자를 진과 단후에게 고정하고 있었다. 눈 앞에는 지네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고 뒤로는 아귀 무리들이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었다. "... 함정이었군."...

단후는 눈을 끔벅이며 골목길을 보았다가 뒤돌아 정랑채의 복도를 보기를 반복했다. 장지문을 경계로 전혀 다른 공간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만 두리번 거리고 따라와요." 진은 감상할 시간이 없다며 단후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어어- 하며 단후는 진이 이끄는대로 질질 끌려갔다. 무슨 여자가 힘이 이렇게 좋냐며 투덜거리기도 잠깐이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기에도 ...

"새벽에 어딜 간거야?" 단후는 도끼눈을 하고 진을 쳐다보았다. 진은 깨어있었냐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뭘 했길래 그 새벽에 나가? 그것도 몰래." "윤겸이와 얘기할 것이 있었습니다." "무슨 얘기? 뭐길래 그 밤에 나가냐고오!" 진이 눈을 뜨자 마자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며 귀가 따갑도록 캐묻는 단후에 조금 짜증이 났다. 진은 인상을 찌뿌렸지만 그도 잠...

# 밤의 거리는 화려한 네온 불빛으로 가득했다. 화려한 치장과 주요 부위만 아슬아슬하게 가린 무대 위의 공연자들은 광분한 사람들을 더욱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시끄러운 음악과 머리를 어지럽히는 술들의 향연은 클럽을 광란의 도가니탕으로 만들었다. 호준은 3층 라운지에서 흥분한 사람들을 내려다 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호준의 옆에 앉은 여자는 익숙하게 담배를 꺼...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연예인 만큼이나 잘생긴 얼굴이긴 했지만 입꼬리만 올린 채 웃는 꼴이 비열해보이기 짝이 없었다. 보란듯이 여자까지 끼고 있는 걸 보고 단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들의 눈이 단후에게 향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가게에 있는 손님들까지도 이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단후는 잠시 나갔다 오겠다며 히죽거리면 웃는 남...

# "어머... 왠 토끼가..." "어쩌다가 죽었을까요?" 단후는 무심코 지나가려다 본채 정원의 한 구석에서 모여서 수근대는 궁인들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 있습니까?" "!! 부군을 뵈옵니다." 화들짝 놀래며 인사를 하는 궁인들을 보는건 여전히 익숙해 지지 않았다. "아 예, 무슨 일 이라도?" "그게, 토끼 한 마리가 죽어있어서요." "...

별채로 돌아오니 궁인들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진은 곧 올테고 윤은 학원에 다녀온 뒤에나 온다고 했다. 단후는 슈트 상의를 벗어 쇼파에 던져두고선 쓰러지듯 기대었다. 돌아와 들었던 윤건의 말을 곱씹었다. '윤이는 다음대의 황룡입니다. 지금은 그저 평범한 아이의 모습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곧 용의 본성이 드러날겁니다. 고모님께서 가장 염려하고 계신 일이 그것...

자화자찬이라도 할 줄 알았지만 고개를 푹 숙인 단후는 예상과는 달리 말이 없었다. 어느 순간 목덜미가 붉어진다 싶더니 얼굴까지 달아올랐다. 단후의 반응이 신기해 진도 말없이 단후만 보았다. 진의 시선이 느껴져서인지 단후는 힐끔거리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크게 숨을 들이키더니 후- 하곤 길게 내쉬었다. “나 안 싫어?” “전 싫다는 말은 한 적이 없습니다만...

"고집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고요." "아하?" "그리고, 윤이를 내 손으로 키우고 싶었어요. 당신도 알다시피 전 부모의 사랑을 모르고 자라서요." 진은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단후에게 답했다. "굳이 그 궁상맞은 곳에서? 여기서 컸으면 부족함도 없이 컸겠구만." "후훗, 그렇죠. 생각을 안한 건 아닙니다만, 평범한 삶을 살아...

# "그래서요? 엄마가 아빠한테 연락하신거에요?" "후후... 형님이 가지고 계시던 오래된 핸드폰있죠? 그건 그때 그 분과 연락하기 위해 마련하셨던 거에요. 지금은 어쩌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러고 어떻게 됐는데요? 네?!" "후후... 도련님, 뒷이야기도 좋지만 이제 저녁식사 시간이랍니다.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에 해드릴게요." 바리는 다과상을 정리하며...